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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生작업실/청승수기

[6호] 5분간, 바캉스



한여름,

대학 4년간의 바캉스를 뒤로하고

작렬하는 태양도 애써 외면한채

어두컴컴한 독방에 틀어박혀

내년 여름엔 시끄러운

저 매니녀석처럼 한번 크게 웃어볼라


30일 분량의 인터넷강의를 3일만에 독파하느라

굽어버린 허리를 펴기위해 가끔 올라갔던 고시원 옥상

그 짧은 5분간

그녀석과 나는 쪽빛 푸르른 

목청소리를 맘껏 가다듬을 

그날을 생각하며 행복한 웃음을

흩어지는 담배연기에 뿌려댔었다


"Cba~~~ 합격만되면 뭐든 다한다. 안녕이다 고시원~~~~"

부르짖던 메아리는 가끔씩 잔잔한 미소로

입가에 잠시 머물렀다 사라지는 정겨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새벽이 넘도록 낙방을 안주삼아

최고의 인재들을 놓쳐버린

국가의 백년대계를 걱정하며

입에 침을 튀며 씹어대던

포장마차집의 고등어 냄새가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밤..


비록 애타는 똥줄에 목숨을 걸었던

취업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었다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가끔 그리운, 그곳.



200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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